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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리앙의 배리님이 쓰신 관전평을 옮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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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관전평] 토고 vs 대한민국

1. 경기 개요

2006 독일 월드컵 조별 예선 G조 첫 경기인 대한민국과 토고의 경기가 열렸습니다. G조 최약체인 토고는 경기 전부터 보너스 지급 문제와 감독 사퇴 문제 등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며 이번 대회에서 가장 황당한 팀으로 떠올랐으며, 대한민국은 4년전의 4강 신화가 과연 어디까지 진실인지를 보여주게 될 중요한 일전이었습니다.

아스날 투톱 중의 한 명인 아데바요르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미드필더 박지성이 벌이는 대결 - 사실 별로 맞부닥뜨릴 일은 없지만 언론은 그렇게 떠들었습니다 - 도 관심거리고 사실상 역대 최강 - 일단 빅리거 숫자과 경험만 볼 때 확실한 최강 - 인 대한민국팀의 경기력이 어떻게 살아날 것인가도 관심거리였습니다.


2. 전술 및 경기 내용

대한민국 전반 3-4-3

     조재진
이천수       박지성
   이을용 이 호
이영표       송종국
 김진규 김영철 최진철
     이운재

토고 4-4-2 (정말? Who cares?)

      카데르
   아데바요르
토고1 토고2 토고3 토고4
토고5 토고6 토고6 토고7
     아가사

대한민국은 전반전 지난 몇 경기 동안 사용하지 않았던 3-4-3 포메이션을 들고 나왔습니다. 토고는 예상대로 정확한 포메이션이라기보다 아데바요르와 카데르 투톱을 중심으로 상당히 자유로운 공격을 시도하였습니다.

지난 몇 차례의 평가전에서 토고가 보여준 전술과 별반 다를 바 없이 아데바요르가 전방위를 휘저으며 패스를 연결하고 카데르가 빠른 움직임으로 수비라인을 뚫는 시도를 했습니다.

반면 대한민국은 좌우 윙백의 오버래핑을 상당히 자제하고 두 명의 중앙 미드필더도 다소 수비적으로 포진하면서 상당히 수비적인 경기 운영을 가져갔습니다. 수비시에도 공격진부터 전방위 압박을 하기보다는 다소 뒤로 물러서면서 별로 뛰지 않는 움직임을 보여주었습니다. 이 결과 조재진 선수가 전방에 고립되었고 박지성, 이천수 선수의 움직임도 상대에게 그다지 위협적이지 못했습니다. 반면 토고는 수비수 세 명이 각각 세 명의 대한민국 공격수에게 밀착 대인 방어를 함으로써 원천적으로 봉쇄를 하였습니다. 따라서 토고가 4-4-2인지, 수비수 1명이 스위퍼 역할을 하고 나머지 선수들이 대인 마크를 한 변형 1-3-4-2 인지는 뭐, 아프리카 팀이니까 - 그리고 단기 토너먼트니까 - 그러려니 해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경기가 다소 지루하게 흐르던 전반 31분경 김진규와 김영철 선수 사이로 빠르게 침투한 토고의 카데르 선수가 왼쪽 골 포스트를 맞고 골문안으로 빨려드는 강하고 낮은 슛을 날려 토고가 1-0으로 앞서나가기 시작합니다. 이미 예견되었던 공격 루트임에도 이를 적절히 방어하지 못한 것은 큰 실책이었습니다.

이후에도 대한민국팀은 그다지 공격에 크게 중심을 두지 않으면서 매우 조심스러운 경기 운영을 계속 했습니다.


대한민국 후반 4-3-3

이천수   조재진  박지성
      안정환
    이을용
        이 호
이영표 김영철 최진철 송종국
      이운재


전반전 매우 수비적인 경기 운영으로 실망감을 준 딕 아드보카트 감독은 후반 시작과 함께 승부수를 던집니다. 다소 부상의 기미가 보이던 김진규를 빼고 4백으로 전환함과 동시에 안정환 선수를 셰도우 스트라이커, 또는 공격형 미드필더 자리로 배치합니다. 그 동안 언론에서 박지성 시프트라고 이야기하던 것과는 달리 실제로 변속 기어는 늘상 대한민국 대표팀의 변속 기어였던 안정환 선수가 다시 담당한 것입니다. 안정환 선수가 이 자리에 배치되면서 이을용 선수는 다소 수비적으로 플레이하기 시작했고 이천수, 안정환, 박지성 선수는 계속해서 위치를 바꾸어가면서 상대 수비를 교란하기 시작했습니다. 전반의 수비적인 경기 운영과는 완전히 다른 아주 공격적인 경기 운영이었습니다. 게다가 토고 수비의 경고 누적으로 인해 토고는 10명의 선수가 경기 운영을 해야 하는 어려운 상황을 맞게 되었습니다.

결국, 후반 9분, 박지성이 페널티 에어리어 전방에서 얻어낸 프리킥을 이천수 선수가 그림같은 골로 연결지으면서 대한민국은 동점을 만들어냅니다. 이천수 선수는 이 골을 넣은 후 약속대로 이동국 선수를 위한 세레머니를 함으로써 대한민국 축구팬들에게 뭉클한 감동을 선사합니다.

이천수   조재진  박지성
      안정환
    이 호
        김남일
이영표 김영철 최진철 송종국
      이운재

동점골에 이어 아드보카트 감독은 최고의 승부수라고 할 수 있는 김남일 카드를 꺼내듭니다. 김남일 선수가 부상으로 선발 출장을 못한 것인지 아니면 아드보카트 감독의 승부수였는지는 대표팀 코칭 스태프만 알겠지만, 결론적으로 김남일 선수 역시 강력한 변속 기어로 작용하면서 대한민국팀이 중원을 장악하고 질 좋은 패스가 전방에 공급되는 핵심 역할을 하게 됩니다.

결국 후반 27분 송종국의 전진 패스를 박지성 선수가 특유의 "지성 턴"으로 드리블 하는 것처럼 속임 동작을 하자 상대 수비가 박지성 선수를 따라갔고, 박지성과 교차하던 안정환 선수가 이 패스를 받아 상대 수비가 모두 떨어진 상황에서 특유의 낮고 빠른 페널티 에어리어 외각에서의 중거리 슛으로 역전골을 기록하게 되었습니다.


이천수   안정환  박지성
       이 호
    김남일 김상식
이영표 김영철 최진철 송종국
      이운재


이후 경기는 조재진 선수가 김상식 선수로 교체되며 수비를 강화한 대한민국이 압도하고 토고 선수들이 OTL하는 가운데 다소 느슨하게 운영되었고 결국 경기는 2-1 대한민국의 승리로 마무리 되었습니다. 아데바요르 선수는 동점을 만들어 보고자 홀로 뛰었지만 다소 철없는 그의 성격 답게 계속해서 오프사이드 함정에 빠지며 찬스를 무위로 돌렸습니다.


3. 전술인가 전술이 아닌가

전반전 경기만 놓고 보면 지난 가나전이나 노르웨이전에서의 무기력한 모습과 별만 차이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후반전에서는 확연히 달라진 플레이를 펼치며 역전을 하게 되었습니다. 과연 이것이 딕 아드보카트 감독의 전술인가 아닌가를 논할 필요는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왜냐하면 의도적으로 그렇게 경기 양상을 만들어간 것이 확연하게 보이기 때문입니다.

이번 대회 최대의 변수로 떠오른 무더위와 후반 체력 저하, 이것이 아드보카트 감독이 승부수를 던지게 한 원인이었고, 이 핵심에 안정환 선수와 김남일 선수가 있었습니다.

두 선수는 투입되자마자 경기의 흐름을 완전히 바꾸었고 특히 김남일 선수는 특유의 카리스마 넘치는 플레이로 중원을 장악함으로써 전반전 상대 공격 패스가 날카롭게 이루어지던것에 반해 상당히 무뎌진 패스로 만드는데 중심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또한, 안정환 선수는 그 동안의 원톱의 부담에서 해방되어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포지션이라고 할 수 있는 셰도우 스트라이커 겸 공격형 미드필더 자리를 담당함으로써 상대 수비진을 휘젓고 다니며 토고 선수들을 지치게 만들었습니다. 후반 초반에서 중반까지의 그의 움직임인 흡사 이탈리아 세리에A의 페루자 시절, 유벤투스를 상대로 네드베드와 다비즈 등을 농락하던 모습을 연상시켰습니다.

결국 여우같은 아드보카트 감독의 전술적 능력이 선수들을 적절하게 이용함으로써 만들어진 성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경기가 일반 리그 경기나 평가전이었다면 김남일 선수를 후반에 기용하는 것이 모험이었겠지만, 오히려 강력한 두 선수를 후반에 기용하여 지친 상대를 완전히 무너뜨릴 수 있었던 것은 토너먼트에 강한 경험많은 감독의 전술이 승리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이 전술에서 우리가 얻은 점은, 토고와의 경기가 끝나고도 안정환, 김남일 두 선수가 별로 지치지 않았다는 것과 함께, 아직도 우리에게 설기현, 박주영이라는 걸출한 공격진이 쌩쌩하게 살아있고, 비상시에 활용할 정경호, 김두현, 백지훈 선수가 넘치는 체력을 고스란히 남겨두고 있다는 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4. 그렇다면 잘 한 경기인가?

솔직히 이 경기를 놓고 점수를 주자면 100점 만점에 60~70점 수준을 줄 수 밖에 없는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것은 우리의 수준을 감안하지 않은, 월드컵 우승을 목표로 하는 팀 - 예를 들면 브라질 -_-;;; - 이라면 마땅히 그래야 하는 플레이를 100점의 기준으로 삼은 것이고, 사실 우리 대표팀의 수준을 기준으로 한다면 정말 잘해야 80 점 정도밖에 안되는 것도 사실입니다.

사실 안방 호랑이 소리를 듣는 우리 대표팀이 상암에서 토고를 만났다면, 아마도 3-0 내지는 4-0 정도로 농락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 정도로 두 팀의 실력차는 컸습니다. 다만 대한민국 대표팀은 수비진의 발이 느렸고, 월드컵 원정 무대에서의 긴장감으로 인해 몸이 많이 무거워져 전반전 실점을 하게 되는 원인이 되었습니다.

전반 초반에 우리가 먼저 득점을 했다면 - 사실 플레이나 전술만 놓고 보면 가능성이 전무했지만 - 경기 양상은 대량 득점으로 흘러갈 충분한 여지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경험많고 좀 보수적인 아드보카트 감독은 전반에 실점을 하더라도 일단 안정적인 경기 운영으로 체력을 비축하는 방향을 선택한 것으로 볼 때, 아드보카트 감독의 선택은 토고전은 점수와 관계없이 일단 승점 3점을 획득하고, 프랑스와 스위스를 상대로도 후반에 강력한 승부수를 던지는 방향이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5. 수비진의 문제점

이 경기에서 여러 차례 노출된 수비의 문제점은 이미 알려질대로 알려진, 월드컵에 출전한 팀이라면 아마 다 알지도 모를 대한민국의 최대 약점입니다. 발이 느리고 방향 전환이 느리며 침착하지 못한 점이 대한민국 수비의 문제입니다.

이러한 수비의 문제는 3백으로 전환한다고 해도 해결되는 것이 아니며, 최근 대표팀의 경기에서 이런 수비의 문제가 크게 대두되지 않은 경기는 거의 대부분 김남일 선수가 수비형 미드필더로 출전하여 4백을 돕는 일종의 리베로 역할을 담당한 경우밖에 없습니다.

이 경기에서 아드보카트 감독은 김남일 선수를 승부수로 사용하며 많이 아꼈지만, 프랑스와 스위스를 상대로는 전체적인 수비 조직을 조율하는 실질적인 주장의 역할을 김남일 선수에게 맡기지 않을까 예상해 봅니다. 이 경우, 지단이나 리베리 등을 전담마크하는 투사형 선수로 이호 선수가 기용될 수도 있습니다.


6. 공격진? 이만하면 괜찮구만

대한민국팀의 공격진은 프리킥골과 필드골로 2점을 득점하였습니다. 객관적으로 놓고 볼 때 이만한 수치는 나쁘지 않습니다. 특히 박지성 선수가 프리킥 따내기 전문인것을 놓고 볼 때 이천수와 이을용, 그리고 김진규라는 키커들이 있다는 것은 대표팀에게 축복입니다.

다만 조재진 선수는 몸싸움에서 많이 밀리며 특유의 화려한 무브먼트도 그다지 보여주지 못하고 결정도 짓지 못하는 다소 부진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런데, 이것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닙니다. 대한민국의 공격진이라는 것이 객관적으로 월드컵 무대에서 쉽게 골을 넣을 수 있을 정도는 아니기 때문에, 대표팀의 원톱으로서 조재진 선수는 상대와의 지속적인 경합과 무브먼트를 통해 상대 수비수를 지치게 만들어 후반 중반 이후 안정환 선수에게 많은 공간을 만들어 주는 역할만을 성공적으로 수행해도 되는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이동국 선수의 부상 탈락이 매우 아쉽기는 하지만, 이 시점에서 아드보카트 감독이 선택한 조재진->안정환 교체 또는 추가 투입 카드는 매우 적절한 것으로 보입니다.


7. 그래도 막판에 그래야 했을까?

후반 막판 대한민국팀의 시간 끌기로 인해 관중들의 야유가 있었습니다. 이에 대해 방송 진행자나 해설자들도 우려의 말을 하기도 했고, 일부 축구팬들의 비판도 있을 것을 짐작됩니다.

하지만 필자의 생각은 다릅니다. 이것은 리그전이나 평가전이 아니라 월드컵입니다. 대한민국팀은 아직 원정 월드컵에서 1승도 기록하지 못한 햇병아리 팀입니다. 대한민국에게 있어 1승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재산입니다. 물론, 이번 1승으로 만족할 것이 아닌 이상, 이후 골득실로 인한 경우의 수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해 다득점이 필요하기도 했습니다만, 만약 그 상황에서 만에 하나 실점을 했더라면 모든 것이 수포로 돌아가는 것입니다.

호주와 일본의 경기를 비교하는 분도 계실 듯 한데, 그 경기와 이 경기는 양상이 전혀 다릅니다. 둘 다 역전을 했다는 점에서 비슷하지만, 2-1로 역전된 후 두 팀 - 일본과 토고 - 의 경기 운영은 전혀 달랐습니다. 일본은 수비 2~3 명을 남겨두고 거의 전원이 공격에 나섰습니다. 하지만 이미 체력이 저하된 상태였고 이 결과 호주의 역습 상황에서 수비수 2~3명이 거의 뛰지도 못하고 멍하니 구경만 하다가 3번째 실점을 당했습니다. 반면, 토고는 2실점 후에도 수비진에 거의 7~8명이 포진한 채로 카데르와 아데바요르가 해결해 주기만을 바랬습니다. 오히려 이렇게 무기력한 플레이를 한 토고 선수들이 문제입니다. 자기들은 아무것도 못하고 아데바요르가 해주기만 기다리는 어리광쟁이들일 뿐입니다.

다소 공격 지향적 성격이 강한 대한민국 대표팀이 이런 상황에서 공격적으로 나갔을 경우 발이 느린 대한민국 수비진이 토고의 발빠른 두 공격수를 놓치거나, 최악의 경우 카드캡터 김상식 선수가 페널티킥을 주는 시나리오로 갈 수 있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대한민국 선수들은 원래 공격을 좋아합니다. 일단 잡으면 때리고 크로스 하도록 가르치는 초중고 코치들의 영향도 있겠지요.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유혹에 흔들리지 않고 야유를 들으면서도 끝끝내 안정적으로 경기를 마친 성숙한대표팀에게 박수를 보냅니다.


8. 매를 잡았으니 이제 닭을 잡자

아프리카에서 하늘 넓은 줄만 알고 날던 매가 동방의 호랑이를 만났습니다. 깝죽거리며 쏜살같이 날아와 호랑이의 콧잔등을 쪼아놓고 기고만장하더군요. 하지만 노련한 호랑이는 다시 날아드는 매에게 앞발로 한 대 갈겨버렸고, 비실비실하는 매를 한입에 물어 빈사상태로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툭툭 치며 가지고 놀았습니다.

이제 호랑이는 매를 맛있게 냠냠 잡수시고 닭을 드시러 갈 차례입니다. 이왕이면 바삭바삭하게 튀겨서 맛있게 드시고 16강에 진출하시기를 기원합니다.

선수 및 코칭 스태프 여러분, 이런 기쁨을 우리에게 주셔서 감사합니다. ^____^

배리 이진행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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